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아스라이 먼 추억속의 겨울풍경...>

그때 그시절,
가을걷이를 끝낸 시골에서는 일제히 초가집 지붕을 새단장합니다. 
 
우리 할머니는 지붕을 이는 날이면... 아침 새벽부터 큰 솥 걸린 아궁이에 불을 지펴 쌀밥을 짓고 소고기 국도 끓이고 몰래 만들어둔 밀주(그 당시 밀주는 불법이었음)를 내어놓고 준비를 하십니다. 
 
곧 동네 아재들 대여섯 분이 오십니다. 그러고 다들 마당에 펼쳐놓은 멍석위에 할머니가 차려놓은 아침을 드시고 밀주 한 잔 씩들 하시고는 지붕 위로 올라가셔서 회색으로 변한 낡은 지붕을 말끔히 내립니다.  
 
그 담엔 뒤뜰의 볏짚을 가져오시고, 제일 막내 아재는 새끼를 꼬고 다른 아재들은 짚으로 줄줄이 지붕재료를 만드시면, 고참 아재는 용마루를 아주 정확하게 지붕싸이즈로 엮으십니다. 아주 일사불란하게 척척입니다.  
 
마당에서 준비가 끝났다 싶으면 다들 바로 지붕으로 올라가서는 금세 새것으로 바꿔버립니다. 우리집은 작은 안채와 손바닥 만 한 칙간 밖에 없어서 다른 집보다는 빨리 끝나죠~ 그러고도 품삯은 없습니다. 그냥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어른이라서 당연히 도와주는 것이며 예의라고 생각들 하는 거죠~ 
 
지붕을 새것으로 이고 나면 곧바로 시골의 겨울이 됩니다. 산골이라 해가 일찍 지고나면 그야말로 겨울밤은 길고 길어서 언제 아침이 올지... 
 
할머니는 혼자 화투 패를 놓으시다가 손자가 보는 흑백 텔레비전 외화를 슬쩍슬쩍 넘겨보시다가 “코쟁이 자슥들이 조선말을 우쩨 저래 잘 하노?” 이러십니다. 
 
그러다가 밤이 깊어지면 아랫마을 호수 아재 “찹쌀떡 사려!!” 하는 외침이 들려옵니다. 그러면 할머니는 감나무 맨 위에 달려 있던 감을 마저 따려고 했을 때, 당신이 까치밥이라고 예닐곱 개는 남겨두라고 하셨던... 그 감이 저절로 떨어졌다며 살강위에 손자 모르게 숨겨둔 감홍시를 꺼내주십니다. 
 
긴 겨울밤이 지난 아침, 가끔 밤새 눈이 소복이 내린 날이 있습니다. 장독대에도 감나무 꼭대기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위에도~ 온 세상이 다 하얗게 덮여있어서 얼마나 신나던지... 눈 비비며 얼른 소복이 내린 장독대 위 눈을 시린 손으로 모아서 빙설처럼 좀 먹어보는 거죠~  
 
아~ 정말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출처 https://story.kakao.com/ch/artcollection/KZZBVKMPYpA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카오프렌즈 에세이 !  (0) 2019.12.06
풍산개 해병이네  (2) 2019.09.27
♥️풍성한 추석 연휴 되세요♥️  (4) 2019.09.12
한국 방문  (2) 2019.09.12